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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타임스 기사][포럼]비즈니스, `메이커 정신` 가져야

jisunlee 2016. 9. 21. 08:40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091302102251798001

[포럼] 비즈니스, `메이커 정신` 가져야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 

입력: 2016-09-12 17:00
[2016년 09월 13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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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비즈니스, `메이커 정신` 가져야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


1970년대의 마이크로컴퓨터 혁명을 이끌었던 미니컴퓨터에서 개인용컴퓨터까지의 경제적 진보가 동일하게 제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개인 수준에서 제조능력을 갖추게 된 '개인 생산의 시대' 도래는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면서 우리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3D 프린팅 및 CNC 커팅기 등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대량생산 체제에서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산의 민주화, 개방형 협력문화, 맞춤형 제조시대로의 전환을 촉진하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의 리더, 데일 도허티는 웹2.0을 이야기한 사람이기도 하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한 웹 2.0 환경에서 해커 문화가 바탕이 된 테크놀로지 기반의 DIY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스트럭터블스 사이트와 메이크 잡지가 첫선을 보인 2005년, 메이커 페어가 열린 2006년 이래로 메이커운동은 지난 10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신이 만드는 것을 모으고 공유할만한 방법이 없었고, 혼자서 자신의 공간에서 만들거나 돈을 들여서 산업용 공간을 빌려 만들어야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 수는 있었지만 다른 이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혁신적으로 토론하는 커뮤니티를 조직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혼자 만드는 메이커는 과거에도 존재하였지만 메이커 운동 이전에는 이 메이커들은 '혼자 스스로하기(Do It Yourself)'였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웹2.0의 개방과 공유의 시대에 메이커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는 '함께하기(Do-It-Together)'로 바뀌면서 더 많은 오픈소스와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공유되면서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해커 스페이스, 팹랩, 메이커 스페이스 등 다양한 민간 주도 메이커 생태계가 활성화돼 있으며, 메이커 페어와 같은 자발적인 메이커 커뮤니티 행사를 통해 다양한 계층에 메이커 문화가 전파되고 있다. '메이커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18세 이상 성인 57%에 해당하는 1억 3500만명이 자기 자신을 메이커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메이커 운동 초기에는 취미에 가까운 경향이 강했으나, 지난 10년간 확산되면서 취미가 직업이 된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제 메이커 운동은 미국 정부의 바람처럼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일으키고 교육을 변화시키고 있다.

2012년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의 DIY가 내일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된다"고 말하며 미래의 혁신적 제품의 인큐베이터이자, 4차 산업혁명의 베이스캠프로서 메이커 운동을 후원하고 있다. 메이커 운동은 다양한 메이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발전한다. 메이커의 가치는 메이커 운동 선언문에 기재된 10가지 덕목 중 하나인 '주기'라는 이타정신에서 잘 드러난다. 메이커는 다른 이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거나, 다른 이와 함께 즐겁거나 하는 철학적으로 고귀한 가치를 지닐 때 제대로 된 메이커 활동으로 발현된다. 이 주기라는 정신은 오픈소스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며 메이커 활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오픈소스를 단순히 가져다 쓰는 것만이 아니라 오픈소스를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것을 다시 오픈소스로 내놓아 모두를 성장시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작은 단위의 커뮤니티들이 연결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오프라인 공간을 주축으로 한 각 메이커들의 활동이 대부분이고 이것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특정분야에 한정된 메이커 운동이 국내 메이커 운동의 확산을 저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3D 프린터가 보인 프로토타입 완성도의 한계점을 극복한 탁상용 CNC 커팅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이 한 예로, 국내시장이 지나치게 3D 프린터, 드론 등의 특정 시장으로 한정돼 있는 것이 문제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공유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 탓에 오픈소스와 오픈 하드웨어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성장이 더디면서 정부의 의욕과 달리 아직 민간에서는 소수 테크 마니아들의 문화에 머물러 있으며 아직 창업 측면에서도 취미로도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의 창업도 이러한 메이커의 가치를 가진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제 창업도 단순히 이익을 내기 위한 비즈니스가 성공하기는 어려워졌다. 

창업에도 철학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비즈니스 철학을 모두 함께 성장하며 발전시키는 문화를 만들면서 배우는 것이 메이커 정신이고 문화이라는 올바른 인식이 국내에 빨리 정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