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 창의적인 활동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힘_interview
interview/mediaPeople 2015/02/11 21:45 print
앨리스온은 교육가, 인터랙션 디자이너, Tech DIY 메이커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계신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를 만나 보았습니다. 이지선 교수는 피지컬 컴퓨팅, 인터랙티브 아트 작업부터 어린이를 위한 코드 교육 프로그램 개발, 엄마와 아이를 위한 'Tech DIY'를 주제로 한 메이커 페어 활동 등 미디어아트 작품 활동부터 교육자로, 또는 기획자로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회사일을 오랫동안 하시다가 인터랙티브아트 관련 학업을 시작하게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 분야 공부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대학생 때 도쿄 북페어에 갔다가 우연히 파르코 책방에서 산 책이 <Mondo 2000 – 사이버 펑크를 위한 유저가이드> 라는 책 이예요. 이 책을 통해 사이버 펑크와 관련된 문화, 테크놀로지 등을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사이버 펑크 관련 컬트 문화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와 같은 책을 읽고, 졸업 전시까지 사이버 펑크와 관련된 작업들을 했을 정도로 푹 빠져 있었어요. 이때부터 미래에 있을 법한 기술과 문화들에 대해 상상해 보고 그려보는 것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졸업 작품으로 한 <사이버 펑크 Cyberpunk> 일러스트 작업은 남녀의 성이 없어지고 중성화 되거나, 컴퓨터가 피부에 이식되는 것과 같은 내용들을 다루었었는데 당시 디자인학과 교수님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었죠. (웃음 ^^)
그리고 PC통신도 처음 접해보고, 학과 친구들과 컴퓨터를 공부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도 하면서 컴퓨터 기술과 사이버 문화에 대해서 굉장히 빠져 있었던 것 같네요. 이렇게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한참 쏠리던 시기에 Negroponte의 <Being digital>를 읽고 멀티미디어 개발 관련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마침 운 좋게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전문직 중 일부를 전산과와 다른 백그라운드 학생을 뽑는 전형이 있어 디자인 전공이었던 저도 소프트웨어 개발직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서 IT컨설턴트까지 IT쪽 회사생활을 꽤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좀 더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면서 Parsons에서 Design & Technology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죠. 기술은 더 많은 대중을 위해 평등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료 공유기를 만들어 설치하고, 맨하탄에 무료 와이파이 맵을 만들어 뿌리는 작업을 하던 Yuri Gitman(NYU ITP출신)의 수업을 듣게 되면서 처음 NYU ITP를 알게 되었고 , 오픈프레임웍스(OpenFrameworks)를 개발한 Zach Lieberman의 수업을 듣게 되면서 점차 이론 중심이었던 파슨스보다는 다양한 프로젝트 위주의 NYU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ITP)과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파슨스에서 1년 수학 한 후 NYU ITP에서 수학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숙명여대에서 피지컬 컴퓨팅을 가르치고 계신 Todd Holoubek 선생님도 당시 ITP에서 피지컬 컴퓨팅 수업 강사로 처음 만나뵙게 되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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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작가의 졸업작품 <사이버 펑크 Cyber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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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내에서 인터랙티브 아트 작업을 하시는 작가분들 중에도 NYU ITP출신 분들이 많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ITP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매 학기 마다 프로젝트로 수업들이 구성되어 있고, 굉장히 트렌디한 최신 기술과 연관된 수업, 워크숍들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Parsons에서는 굉장히 이론 중심의 수업이 중시 되었다면, ITP의 경우 수업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굉장히 중시하기 때문에 Parsons에서 1년 간 이론을 공부하고 이후 ITP에서 작업 프로젝트들을 했던 경험이 제게는 상호보완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들이 굉장히 열정적인데요, 국내에도 프로세싱(Processing)과 관련하여 이름이 알려진 Daniel Shiffman의 경우 새벽 3시에 문의 메일을 보내도 바로 답장을 보내 줄 정도로 열정적으로 학생들과 피드백을 주고 받았습니다. 지금 숙명여대에서 피지컬 컴퓨팅 수업을 담당하고 계시는 Todd Holoubek 선생님도 숙명여대 학생들이 문의 메일을 하나 보내면 그와 관련된 답장 메일을 12개를 보내줘서 학생들을 놀라게 할 정도이니까요.
Q) 뉴욕에서 수학 하시면서 작업했던 결과물들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특히 생활 밀착적인 작업, 일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된 작업 등 일상에서 흔히 볼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피지컬 인터랙션을 넣음으로써 관객과 소통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흥미롭습니다.
저는 작업을 할 때 거창한 주제나 작가로서 내면 요소들을 작업으로 표출하는 방식의 접근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테크놀로지라는 도구를 통해 확장시키는 것에 주목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보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적 경험의 공유를 작업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보편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이 있을까를 늘 고민하면서 작업 해왔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생활 밀착형 작업들이라는 표현이 재미있게 와 닿는 것 같네요(웃음)
저의 일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업 중 하나가, Parsons 첫 학기에 만든 <Path Diary>라는 작품 입니다.
제 외할머니께서 치매로 돌아가셔서, 어머니께서는 잊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셔서 평소에 일기를 굉장히 열심히 쓰셨어요. 이런 어머니를 보면서 '잊지 않고 기억을 잘 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작업으로 연결 시켰습니다. 인간이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리서치 하다 보니 흥미롭게도 기억을 할 수 있는 뇌 용량은 매우 무궁무진하나, 기억을 인출하는 패스가 사라지면서 기억을 잘 못해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억들을 잘 인출해 낼 수 있는 길들을 잘 만들어 줘보면 어떨까?란 컨셉으로 작업을 시도하였습니다. 지금의 구글 글래스보다 먼저 만들어진 컨셉이네요. (웃음)
당시에는 기술적인 한계를 가진 컨셉 제안으로 프로토타이핑을 한 정도였지만, 최근에 GPS정보와 사진이 함께 연동되도록 앱으로 다시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파슨스 재학 당시 새로운 인터랙션을 만들어 보라는 과제가 주어져서 만든것이 <30 second music>이라는 작업인데, 뉴욕의 유니온 스퀘어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길거리 뮤지션은 연주하기에 바빠서 정작 관객의 반응이 어떤지를 살펴보기 힘들다는 것에 착안해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뮤지션의 연주를 녹화하는 게 아니라, 길거리 뮤지션들의 연주를 듣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녹화하여 뮤지션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관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당시 길거리 뮤지션들이 무척 고마워하고 자신들이 보지 못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즐거워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 ITP에서 매 학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주제와 컨셉의 인터랙티브 작업들을 진행해왔습니다. <Ghost>라는 작업은 ITP 첫 학기에 한 작업으로 손을 잡으면 내 영혼이 다른 사람에게 연결되어 이동 된다는 유머러스한 컨셉의 작업입니다. 옷 위에 LED로 표현된 영혼이 디스플레이 되고 당시 이것을 입고 할로윈 퍼레이드에 함께 참여해서 굉장히 재미있는 반응을 얻었습니다. 자신의 영혼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은 이후, <Spirit>이라는 작업에서도 이어지는데 거울 앞에서 입김을 불면 뿌연 연기가 디스플레이 되면서 마치 자신의 영혼이 눈앞에 보여지는 것같은 느낌을 유도한 작업입니다.
<Tales of Grim> 의 경우, 동화 속 내용이 사실은 잔혹한 현실의 이야기를 미화한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책과 다른 실제를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그림동화 책 페이지를 넘기면, 각 책의 챕터별 동화 속 이야기와 연결된 인형의 집 창마다 실제로 있었던 잔혹한 현실을 매핑하여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작업입니다. <Tea Ceremony>는 바쁜 뉴욕의 일상 속에서 지내다 보니, 고요한 순간을 늘 떠올리게 되었고 자연스레 "차를 마시는 휴식의 순간을 명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인터랙티브 인스톨레이션은 어떨까?" 생각하고 만든 작업입니다. 차를 따를 때 주변의 이미지들에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거나 눈이 오도록 인터랙션을 줌으로써, 차를 마시는 찰나가 아늑하고 명상적인 순간으로 승화 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정적인 정서 표현은 해외에서 한국인으로서 제가 작업을 할 때 더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잘 하는 것, 나와 연관된 것을 표현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작업을 받아들이는 공감도가 더 높아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Affection>은 사람 간의 관계를 인터랙티브 식물을 통해 은유적으로 보여준 작업으로, 어느 정도 가까우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지만 식물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게 됩니다. 마치 인간관계도 어느 순간까지 가까우면 좋지만, 지나치게 가까워 지면 관계의 불협화음이 발생되는 것처럼요. 이 작품은 당시 한가람 미술관에서도 전시를 했었습니다.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업도 있는데요, <Secret Tree>라는 작업으로 영화 “화양연화”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서 사람들이 나무에게 비밀을 이야기 하면 그 비밀 이야기들이 모두 다 잘리고 섞여버려서 내 목소리는 나무 어디선가에서 들리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아 들을 수 없는 작업입니다. 이 <Secret Tree>와 <Interactive Cake>작품으로 메이커 페어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메이커 문화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 <The Four Gracious Plants>와 <Tea Ceremony> 작업을 섞어서 빅스크린과 연동하는 작업도 진행했었고, 이후 MediaNoche라는 뉴욕의 비영리 뉴미디어 갤러리에서 첫번째 개인전을 했습니다. 준비 과정은 매우 까다로웠지만 이러한 과정과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면서 이후 작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경험입니다.
앨리스온에서 MediaNoche의 디렉터 Judith Escalona를 인터뷰 했었던 적도 있는데, 이런 비영리 뉴 미디어 갤러리들이 잘 알려졌으면 좋겠네요. (앨리스온 미디어노체 인터뷰 링크 참조: http://aliceon.tistory.com/2245)
<Tea Ceremony>, 2006
<The Four Gracious Plants>, 2007
Q) 2013년 전시하셨던 최근의 개인 작업은 뉴욕과 서울의 버스 안 사람들, 가족 구성원의 옷, 음식 등 일상생활을 Color Code로 변환하여 Visualizing 하는 정보 시각화와 관련된 프로젝트들을 하고 계시는데, 이러한 정보 시각화 관련 프로젝트의 모티브와 작업에 대해서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일상의 색상을 컬러코드로 뽑아내보는 건 어떨까?” 란 아이디어는 유학 중에도 계속 생각 하고 있던 부분인데, 요즘 스마트폰 어플로 개발이 가능해 지면서 최근에 구현시킨 프로젝트가 <Quotidian – Documenting Everyday Life>입니다. 아무래도 최근 빅데이터에 대한 화두로 정보시각화 분야가 떠오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정보 시각화쪽에 관심을 갖고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업해온 프로젝트 중 하나는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진행한 작업인데, 명절 때 분묘지 중심으로 순환 고속도로가 막힌다는 데이터를 파악하고, 이것을 시각화한 프로젝트입니다. 이런 도로막힘을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세울 수 있게끔 하는 자료로 쓰였어요. 이런 작업과 유사하게 도로위에서 죽는 동물들의 원인분석을 로드킬 정보와 동물 사망정보 분석을 통하여 통행로 등에 편중되고 있는 개선사항에 대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자 진행한 정보 시각화 프로젝트도 있고요. 지금까지 정보 시각화 작업은 시각적 디스플레이에 치중 되었는데, 이후 작업은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좀 더 강조하여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Documenting New York and Seoul>, 2013
뉴욕과 서울을 남쪽부터 북쪽까지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버스를 타면서 관찰된 사람들의 색상이다. 소호부터 할렘까지의 뉴욕은 사람들의 피부색과 상의 색상의 차이가 뚜렷한 그라데이션으로 보이는것을 알 수 있었고, 서울의 버스에서는 같은 머리색상과, 모자인 경우 흰색모자를 많이 쓰는것이 보인다.
<Eating>, 2013
먹는 것에 관한 색상기록이다. 마트 영수증을 3개월간 수집하여 영수증에 표시된 품목 이미지를 웹사이트에서 수집하고 이를 다시 색상으로 만들었다. 표현 형태는 데이안 허스트의 해부학용 시약을 이용하여 그린 '도트'라는 작업을 패러디 한 것으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에서 아름다운 색상이 죽음을 의미 했다면, 이 작업에서는 먹는것에 대한 색상으로 반대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Q) 창작할동을 하면서 특별히 영향을 받은 작가나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Neville Brody의 깔끔하면서 강한 느낌의 디자인을 좋아하고, Hara Kenya와 같은 정제된 깔끔한 느낌의 작업도 좋아합니다. 아티스트 중에서는 Carl Larsson의 작업을 제일 좋아해요.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Carl Larsson 도록을 일본 파르코 서점에서 처음 접했는데, 따뜻한 그림의 느낌에 반해 원화를 보기 위해 스웨덴까지 갔다 왔어요. 한 컷의 그림 안에 담겨진 풍부한 내러티브 요소 때문에 아무리 자주 봐도 질리는 법이 없어요. 그리고 그의 그림안에는 꼭 한 명은 정면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마치 나와 눈을 맞추는 것 같은 느낌이 재미 있어서 그림 안에 정면을 보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나 찾는 재미도 있답니다.
Q) 작가님의 ITP 졸업 후 행로를 보면 Tech DIY로 메이커 문화와 관련된 행사 참여 부터, SNOW라는 지식공유 플랫폼 제작 등 순수 작품 활동보다는 지식을 공유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계시는데요, 이러한 활동들로 확장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ITP졸업 후, 진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미 직장 생활도 충분히 해봤었기 때문에 이후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공부를 더 연장해서 해야할 지 등이 주된 고민이었죠. 당시 Tech DIY라는 제 졸업논문 주제를 눈여겨 봐 주었던 Thesis advisor인 Kathleen
그리고 서울대에서 디자인 박사과정을 공부 하면서 컨설팅 회사 일도 함께 했었는데, 그 당시 스위스의 브레인 스토어사의 창의적인 발상 방식인 Idea Factory를 한국에 런칭하는 작업도 함께 했습니다. 자연히 일과 연계되어 박사 논문 주제도 기술산업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에 대해 다루고, 실제로 이러한 프로세스를 바느질 회로 키트 워크샵 등에 적용하는 작업도 진행했었죠. 지금 돌이켜 보면 부탁받았던 일들과 제 관심사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지식의 공유, 창의적 발상, 메이커 문화에 대한 작업들이 확장된 것 같아요.
(숙명여대 지식공유사이트인 '스노우'(SNOW·Sookmyung Network f
Q) 요즘엔 한국에도 메이커페어를 3회째 여는 등 메이커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졸업논문으로 Tech DIY 주제를 다룰 당시엔 미국내에서 메이커 문화 형성의 초기였을것 같은데, 메이커 문화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좀 더 상세히 듣고 싶네요.
지금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Instructable.com, Makezine도 제가 뉴욕에서 유학 중일 때 생겼죠. 당시 2007년도 즈음이 메이커 문화와 관련한 것들이 미국 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Instructable.com도 6개월 만에 급 성장 했던 시기였죠. Tech DIY 관련 공간은 그 때는 많이 없었어요..뉴욕의 경우엔 Eyebeam 같은 곳에서 Tech DIY워크숍 등이 열리곤 했죠. 저는 당시 메이커 페어를 처음 갔다가,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해당 분야에서 유명하건 안 유명하건 기술의 민주화를 도모하는 행사 분위기에 반해서 이후로 계속 참여하게 되었죠. Instructables.com 에서 제가 만든 Tech DIY KIT를 팔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드는 즐거움을 주고 받는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당시 아이가 있었던 저는 자연스레,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Tech DIY를 주로 관심갖게 되었고 이게 논문 작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죠. 지금까지 샌프란시스코, 산 마테오, 텍사스 등 미국에서 3번, 한국에서 3번의 메이커 페어에 참여하면서 만드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왔던 점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Q) 한국과 미국 메이커 페어 참여를 하시면서 느꼈던 양국의 메이커 문화의 차이점은 뭘까요?
한국은 아직 메이커 간의 커뮤니티가 형성이 잘 안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예요. 한국에서 열리는 메이커 페어 참가 부스들을 보면 자기가 만든 걸 소개하고 싶어하는 경우는 많지만,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정신은 많이 약하지 않나 싶네요. 일부에서 지식과 경험 공개를 하고 있지만, 많이 공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나누고, 도와주는 문화 자체가 아직 형성이 안되어 있다는 점이 지속적인 메이커 커뮤니티 형성을 어렵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Q) 말씀하신 것처럼 교육가, 메이커로서 활동이 활발하신데요. 그런 활동과 병행해서 현재 준비하고 계시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최근에는 SW교육봉사단 활동으로 ‘Code for kids’ 라는 어린이 코딩 교육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간단한 센서를 이용해서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워크숍 성격의 프로젝트인데, S4A(스크래치 for 아두이노)를 이용하여 핸드메이드 스위치나 거리센서 등을 이용해서 다른 음계를 내는 악기를 만드는 워크숍 등이 준비되어 있고 ‘Code for kids’ 웹사이트(http://codeforkids.
Q) 교육가, 인터랙션 디자이너, DIY 메이커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 중 향후 더욱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야가 있는지요?
향후 계획은 ‘~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설명하기 보다는 ‘~ 하고 싶은 것’으로 설명 드리고 싶어요. 지금 당장 큰 관심을 갖고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테크놀로지 에듀케이션을 어떻게 하면 창의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이예요. 이런 포부를 갖고 Code for kids, Tech DIY도 계속 진행하는 거구요. 이 방향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Tech DIY를 하더라도 창의성에 기반하고, 코드를 배우더라도 어떻게 하면 창의적으로 코드를 배우는 지에 대한 샘플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차원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거구요. 코드 교육과 관련해 외국의 프로그램을 참고 하는 것에서 벗어나 국내 정서에 잘 맞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싶어요.
또 앞으로는 Tech DIY 과정 자체를 전시로 만들어 보고픈 바램이 있어요. 예전에 MoMA에서 DIY 관련 전시를 본 적이 있는데요, 작품만 놓고 디스플레이 하는 전시가 아니라 만드는 과정, 그 과정에서 쓰인 부품, 컨셉에 대한 설명 등 결과물이 나오기 까지의 과정 자체가 전시였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Tech DIY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지식의 공유이기 때문에 저도 MoMA의 전시처럼 만드는 과정 그 자체를 쭉 나열하요 전시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늘 있어요. 향후 이런 전시를 염두에 두면서 지금도 Tech DIY 작업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만들고 있고 나중에 교육이든 전시든 이러한 과정 자체를 활용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DIY 전시와 교육이 함께 맞물려서 진행된다면 정말 재미 있을 것 같네요. 전 세계 DIY, 릴리패드로 만들어 놓은 DIY를 다 모아 놓은 전시관은 정말 제 꿈 이예요. (웃음)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좋은 장소의 빌딩을 구해서, DIY와 교육을 함께 연계한 상설 전시를 하는 꿈의 전시관을 만들어 보고 싶네요.
<앨리스온에서 열렸던 handmade tech-D.I.Y. wor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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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On Workshop < handmade tech-D.I.Y. with 이지선 작가님> @ 더 미디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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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작가 홈페이지 http://www.jisunlee.net/
인터뷰 진행 및 정리.
김아름, 문명진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