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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동아]“무엇을 어떻게 만들까?” 모든 과정 고민해야 진짜 ‘메이커’

jisunlee 2016. 12. 26. 16:44

출처 : http://www.edudonga.com/?p=article&ps=view&cf_site=ezedu&at_no=20161215145021901574


중학교 자유학기제 vol.8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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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교육’ 확산 이끄는 이지선 숙명여대 교수

“무엇을 어떻게 만들까?” 모든 과정 고민해야 진짜 ‘메이커’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기존의 직업, 산업구조 등은 큰 변혁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으로는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이에 미국에서는 ‘메이커 교육’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메이커 교육은 미국의 출판인인 데일 도허티가 2006년 주창한 ‘메이커 운동’을 교육에 접목시킨 것. 메이커 운동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 과정을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즉, 메이커 교육은 과목과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지식의 학습은 물론 창의성과 전문성까지 기르는 교육 방법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메이커 교육의 확산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는 그 중심에 선 인물. 2006년 미국에서 메이커 운동을 접한 이후 이 운동의 열렬한 지지자가 된 그는 ‘메이커교육코리아’(makered.or.kr)라는 비영리단체를 조직해 메이커 문화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교수를 만나 메이커 교육의 구체적인 의미와 효과에 대해 묻고 들었다.


스스로 배워 만드는 ‘메이커’

메이커 교육이란 어떤 것일까? 이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메이커교육코리아가 지난 8월 진행한 ‘영 메이커 프로젝트’를 통해 메이커 교육의 구체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초중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만들기 프로젝트’다. 자신이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을 스스로 기획해 실제로 만들어 보는 것. 만들기의 주제와 형식은 정해져 있지 않고, 제작 과정을 가르쳐주는이도 없다.

한 초1 학생은 호스와 발광다이오드(LED) 전선, 종이컵 등을 활용해 움직이는 뱀 로봇을 만들었고, 중3 학생은 3D 프린터와 아두이노(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메인보드를 단순하게 만든 일종의 작은 컴퓨터)를 활용해 의수를 만들었다. 모두 학생들이 스스로 설계하고 제작한 것. 남다른 배경 지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정보나 기술은 그 때 그 때 찾아 배워 익혔다.

메이커 교육의 핵심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에 관해 스스로 학습하고 만들어 보는 ‘자율성’이다. 이 교수는 “3D 프린터가 없다면, 설계 도안을 제작해 3D 프린팅 제작 업체에 보내면 된다”면서 인터넷에 공개된 오픈소스와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활용하면 누구든 만들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만들기에 필요한 정보들이 따로따로 존재해 개인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이러한 정보들이 모두 ‘디지털라이징(디지털화)’ 되어 있어요. 만들기에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어디서 어떻게 얻는지 쉽게 검색함으로써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볼 수 있지요.”(이 교수)


‘아이디어’보다 ‘구현’이 중요

미국에서는 이미 메이커 열풍이 뜨겁다. 우리나라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최근에는 최고의 메이커를 가려내는 ‘America’s Greatest Makers’라는 이름의 리얼리티 쇼가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다.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등 만들기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를 두는 등 학생들의 메이커 운동을 적극 지원하는 학교와 도서관도 늘었다. 심지어 오전에는 교과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메이커 교육 시간을 별도로 두는 학교도 있다.

이토록 메이커 교육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암기 위주의 학습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필요로 하는 정보는 기계가 바로 찾아내 알려주지 않나”라면서 “미래 사회에는 지식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융합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만들어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메이커 교육은 이러한 힘과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메이커 교육에서는 ‘시도하고 만들어 내는’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교수는 영 메이커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 1 학생의 사례를 언급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설계하는 과정까지 두각을 나타내던 이 학생은 실제 제작 과정에 들어가자 전혀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심지어 이 학생은 발명으로 상도 여러 번 타고, 발명교실까지수료한 학생이었다.

“아이디어를 내보기만 했지,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해 본 경험이 한 번도 없었던 거죠.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든 경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자신감이지요. 자신감은 곧 창의성과도 연결됩니다.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보는 과정이 있어야 창의성도 비로소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이교수)


“메이커의 결과물은 모두 달라야”

자유학기제의 도입 이후 우리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의 흥미와 재능을 살릴 다양한 수업이 시도되고 있다. 주제선택 프로그램 중에는 만들기 수업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만들기 수업은 여전히 메이커교육과 거리가 있다.

이 교수는 “학교 교육에서는 여전히 학습해야 할 주제가 정해져 있고, 학생들은 다 똑같은 것을 만든다”면서 “학습할 주제까지도 학생 스스로 정하는 것이 진정한 메이커 교육”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드론 만들기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부품을 조립해 모두가 똑같은 드론을 완성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선 안 됩니다. 어떤용도의 드론을 만들 것인지를 학생 스스로 정하고 자신이 만들고 싶

은 드론을 제각각 만드는 것이 진짜 ‘메이커’를 만드는 교육이지요.”

(이 교수)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