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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뉴스]4차 산업혁명 시대 이끌 ‘메이커운동’ 전도사, 이지선 시각영상디자인과 교수 인터뷰

jisunlee 2016. 12. 26. 10:02

4차 산업혁명 시대 이끌 ‘메이커운동’ 전도사, 이지선 시각영상디자인과 교수 인터뷰

우리대학 교수가 쓴 책이 아마존 신간 부문 1위에 올라 화제다. 주인공은 시각영상디자인과의 이지선 교수. Make:Tech DIY라는 제목의 이 책은 지난 9월 22일 발간되자마자 아마존 <과학 프로젝트 및 실험> 코너 신간부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에 이름을 올렸다. 디자인 교수가 외국어로 책을 발간한 것도 흔치 않은데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바느질기술을 이용한 전기회로 만들기다. 생소한 주제의 실험교재가 왜 인기를 끄는 것일까. 궁금증을 풀고자 이지선 교수를 인터뷰했다.

 


Make:Tech DIY는 일반 사람들이 어렵게 여길 수 있는 테크놀로지를 쉽게 경험하고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책이다. 이 교수가 지난 2014년 펴낸 ‘반짝반짝 바느질 회로 만들기’의 아이디어를 기초로, 조금 더 글로벌한 독자들이 읽을 수 있게 내용을 버전 업했다. 회로(kit)와 바느질이라는 다소 낯선 조합은 이 교수의 아이디어다. 석사 때부터 9년 넘게 이어온 연구주제인 테크놀로지 교육의 디자인 창의성 적용을 위해 바느질 회로 워크숍을 고안했다.

 

특히 바느질 회로는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테크놀로지 접근성이 떨어지는 여성들이 쉽게 기술을 익히고, 이를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교수는 “아이들의 경우 엄마가 롤 모델인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바느질 회로로 전기전자 회로를 설명하면 여성과 어린이들이 가진 기술적인 젠더갭(Gender Gap·성 격차)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며 “미국에서 교사들이 방과 후 교재로 많이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유와 협업의 패러다임으로 미래를 바꾼다

 

디자인 전공 교수가 기술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교수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메이커 운동’의 전도사이기 때문이다. 메이커(Maker)란 말 그대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다. 꼭 대단한 발명품이 아니더라도 취미의 영역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2005년 미국 최대 IT출판사 오라일리의 공동창업자인 데일 도허티가 만든 메이크라는 잡지를 통해 알려진 메이커 운동은 2014년 백악관에서 메이커페어 축제가 열릴 정도로 대중화됐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오늘의 DIY가 내일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된다”며 메이커 운동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만드는 미국 제조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미국 유학시절, 동료의 손에 이끌려 참석한 메이커페어에서 큰 인상을 받은 바 있는 이 교수는 메이커 교육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프로슈머 시대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앞에 소개한 책 발간 외에도 각종 강연과 워크숍에 꾸준히 참석해 메이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매주 초등학생 봉사활동도 한다. 이 교수는 “아이들이 코딩을 스스로 배우고 거기에 자기의 아이디어를 넣는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동기부여와 자아성찰을 자연스럽게 한다”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창의성을 키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메이커는 초등학교 때 누구나 한번쯤 꿈꿨던 발명가와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공유’라는 개념이다. 예전에 발명이란 혼자 하는 것이었지만 요즘은 다른 이들이 공유한 리소스를 이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이 쉬워졌다.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만 있으면 킥스타터클라우드펀딩으로 시제품도 만들고 자본 문제도 해결한다. 이제 더 이상 DIY(Do It Yourself)가 아니라 DIT(Do It Together)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건 인터넷 혁명 덕분이다. 유통이 없어지고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기, 마이크로 제조경제 시대가 오면서 기술민주주주의 철학이 급부상했고, 과거 자본주의의 메인스트림에서 주변인에 머물던 대중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지선 교수는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이나 실리콘밸리의 떠오르는 기업들은 이미 특허권 강화보다 오픈소스를 통해 기업가정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를 강화하는 한국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프로그램 기획자부터 대학 교수까지 다양한 이력 자랑

 

이지선 교수는 다양한 이력을 자랑한다. 산업디자인과 92학번으로 입학한 그는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우연히 접한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을 알게 되었고, “MIT의 니그로폰테 교수가 쓴 ‘디지털이다’라는 저서에 깊은 감명을 받아 테크놀로지와 미래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첫 직장인 ‘삼성전자 훈민정음팀’을 거쳐 친구와 함께 시작한 ‘네오위즈’에서 세이클럽 서비스를 히트시켰고, 이후 ‘야후!코리아’와 삼성 컨설팅회사인 ‘오픈타이드 코리아’를 거치면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러나 IT컨설팅을 하며 제안한 여러 가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들 - 예를 들어 다이렉트 보험판매 - 이 기업 의사결정의 최종단계에서 번번이 채택되지 않는 것을 보고 유학을 결심했다.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과 뉴욕대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서울대에서 디자인 창의성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때 맺었던 인연들이 현재 펼치고 있는 메이커 운동의 자양분이 됐다.


 

우리대학과는 SNOW로 인연을 맺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의 하나였던 SNOW.or.kr 프로젝트의 기획과 개발 및 운영을 맡으면서 초빙교수로 재직하게 된 것. 이후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후배들의 취업지도를 하게 되면서 현업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취업과 창업에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시각영상디자인과에 자리를 잡았다.

 

이지선 교수는 대학교수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 중의 하나로 학생들의 취업을 꼽는다. 과거와 달리 이제 대학은 학생들에게 경제적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디자인 분야는 다양한 취업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바라보는 디자인시장은 매우 좁았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모든 학생들의 이메일리스트를 받아 주기적으로 취업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세상엔 디자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려주자는 것이었죠”.

 


선배와 후배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도 그의 관심사다.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훌륭한 선배들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이들을 후배들에게 소개해 1:1 멘토링을 주선한다. 연간 2회의 학과 전체 워크숍에선 직전 해 선배들의 취업후기와 포트폴리오 공개강연을 실시한다. 이 덕분에 시각영상디자인과의 취업률은 예체능계에서 보기 힘든 78%(2015년 12월 기준)에 달하며 몇 년째 동종 전공계열 전국 1등을 기록 중이다. 그가 제자들과 2012년 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설립한 디자인앤테크는 로이터 통신에 취업한 학생을 비롯해 우수인재들의 취창업 관문이 되고 있다.

 

대학시절은 인생의 철학을 수립하는 중요한 순간

 

이 교수가 제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당장의 좋은 결과물이 아니다. 그는 학생들이 조금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키우길 원한다. “디자인을 가르칠 때, 현재의 것을 보지 말고 5년 후를 보라고 해요. 회사의 경우 ‘5년 내 상업화가 가능한지’ 여부가 판단의 기초가 되니까요. 이와 함께 ‘어떻게’ 구현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구현할지 고민하는 힘을 키워주려고 노력합니다. 수업에서 디자인스킬을 가르치는 대신 데이터를 종합하고 분석해 인사이트를 주려고 하다보니 어렵다는 평이 많죠. 좋은 수업 평가는 포기했어요(웃음)”.

 


끝으로 이 교수는 인생에 있어서 대학시절이 갖는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대학 졸업 후 경제활동을 하는 기간은 길어봐야 25년이고 이 경제 활동 이후 5~60년의 노후를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대학은 자신의 인생철학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죠. 대부분의 존경받는 경영자들이 그들만의 고귀한 인생철학이 있듯, 여러분도 경제적인 것을 뛰어 넘어 ‘내가 속한 커뮤니티 안에서 우리 전체를 위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진지한 고민을 계속 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http://www.sookmyung.ac.kr/app/smnews/view.jsp?cmsCd=CM0575&ntNo=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