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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영상스튜디오 1: 질적 논문의 작성법

jisunlee 2012. 3. 16. 14:22

 

사회과학 대학원생을 위한 학위논문 작성법 특강



질적 연구 논문 작성법


조용환(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1. 전통적인 질적 글쓰기


1) 흔히 사용되는 몇 가지 조직 방법

 (1) 자연사 접근: 시간의 흐름, 장면의 전개 과정에 따라 쓴다.

 (2) 초점식 접근: 초점 수렴적(多에서 一로) 혹은 초점 확산적(一에서 多로) 접근

 (3) 연구문제별 접근: 설정한 연구문제 하나하나에 답하듯이 쓴다.

 (4) 집단별 접근: 이해(理解/利害) 관심, 관계의 집단/하위집단별로 쓴다.

 (5) 기술-분석-해석 접근: 기술에 이어 분석, 그에 이어 해석 순으로 쓴다.

 (6) 주제별 접근: 발견한 문화주제의 구조에 따라 구분하여 쓴다.

 (7) 일화적 접근: 전형적 체험을 중심으로 일화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식으로 쓴다.

2) 아래 질문들에 대한 답변 형태로 써 나간다.

 (1)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현상이 무엇이고 문제가 무엇인가?

 (2) 그 문제-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무엇ㅇ르, 어떻게, 왜 하고 있는가?

 (3) 그 일들은 세상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으며, 무슨 의미가 있는가?

 (4) 그 일들은 내 연구문제에 어떤 답을 주는가?

 (5) 나는 왜 다른 글쓰기 방식(기술, 분석, 해석)이 아닌 지금의 이 방식을 취하고 있는가?

 (6) 위 질문에 대한 답들을 우리 학계 동료들과 어떻게 공유하고 토론할 것인가?

3) 나의 전략: 주제의 구성과 해체

 (1) 자신이 연구한 문화의 중심주제(cultural theme)를 하나의 주제문장으로 서술한다.

      예, “불교는 해탈의 종교다.”

          “불교는 이판과 사판 사 사이 융합된 종교다.”

          “불교는 불, 법, 승 삼보(三寶)의 종교다.”

 (2) 주제문장을 한 문단으로 풀어 쓴다.

 (3) 각 문장을 하나의 문단으로 풀어 쓴다.

 (4) 각 문단을 필요에 따라 몇 개의 문단으로 풀어 쓴다.

 (5) 역순으로 작업해도 되며, 순과 역을 반복해 볼 필요도 있다.


2. 질적 글쓰기에 활용되는 문장/문단/문맥의 수준


1) 수준 1: 인간과 인류문화의 보편적 속성(행동, 동기, 정서, 가치, 지식, 기술 등에 관한)

   예, 호혜적 교환을 통한 인간관계의 균형성 확보는 모든 인간사회의 공통적 속성이다.

   예, 한 집단의 호전성과 평화로움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존조건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2) 수준2: 문화/집단 간의 일반적 속성 비교

   예, 콰키우틀 인디언들이 그랬듯이 시애틀 부랑인들도 호혜적 교환관계를 중시한다.

   예, 야노마모가 가장 호전적인 민족이라면. 세마이는 가장 평화로운 민족이다.

3) 수준 3: 연구중인 문화/집단에 관한 일반적 서술

   예, 시애틀과 같은 대도시의 다른 주민들에 비해서 부랑인들은 호혜적 교환에 의존한다.

   예, 야노마모의 호전성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수 종족이 서루 다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4) 수준 4: 특정 문화 장면(공간/활동/주제)에 관한 일반적 서술

   예, 시애틀 시립보호소의 부랑인들은 재화와 서비스를 상호교환하며 살아간다.

5) 수준 5: 특정 문화 영역에 관한 분석적 서술

   예, “내가 아쉬울 때 친구가 나를 도와야죠. 그 친구가 아쉬울 때 나도 도울 테니까요.”

6) 수준 6: 특정 문화 사건(episode)의 구체적 서술

   예, ‘Joe'라는 이름의 한 부랑인이 수용소에서 막 풀려 나와 거리를 배회하는 가운데 다른         부랑인에게서 담배 한 대를 얻어 피는 구체적 장면의 묘사


3. 질적 글쓰기의 실험과 혁신

1) 관점 전환

  (1) 기존의 어떤 ‘글쓰기’ 틀에도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나의 연구 체험과 그 소산을 독자      /청중/관객과 가장 적절하고 의미 있게 공유한다는 목적 하나에 충실한 ‘나의 글쓰기’를      시도한다.

  (2) 글쓰기가 연구의 ‘종점’이 아닌 새로운 ‘시점’이고, 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아닌 새로운       ‘질문’임(writing as inquiry)이며, 미완의 진행형 과정임을 강조한다.

  (3) 현상학적 환원과 본질직관

  (4) 전이해, 선구조, 편견에서 출발하는 해석적 순환과 지평의 융합

  (5) 이성과 감성, 논리와 정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몸과 마음의 통합

  (6) 폄하되어 온 신체, 욕망, 무의식의 복원

  (7) 서구, 학문, 남성, 인간 등의 ‘중심’에서 탈주

  (8) 글 주인 ‘나’를 되찾기 위한 1인칭 주어 사용

2) 최근의 질적 글쓰기 실험

  (1) 학문과 삶의 경계, 학문과 문학/예술의 구분, 학문간 경계 넘나들기

  (2) 텍스트의 형식적 구분 해체

  (3) 구태의연한 표현/재현 장르 혁파, 새로운(통합적이고 본질적인) 장르 개발

   가. 서사적 장르: 삶에 대한 진실한 접근 추구(생애사, 전기, 자서전, 구술사)

   나. 문학적 장르: 시, 소설, 수필, 평론, 희곡, 문집

   다. 실제 혹은 가상의 체험기록, 토론기록, 대화기록, 재판기록, 공문서철, 일기, 편지,          기도문, 시나리오

   라. 행사보고서, 실행보고서(action research report), 작업일지

   마. 기록영화, 포토에세이, 음향에세이

   바. 각종 온라인 표현물

   사. 지상(紙上) 혹은 무대공연: performance ethnography

   아. 위 장르 일부를 활용, 종합한 포트폴리오


4. 질적 글쓰기의 주요 지침


1) 글은 나요, 우리요, 삶이요, 세상이다.

2) 글쓰기는 탐구의 한 방식이요, 과정이며, 성과다.

3)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적합한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을 부단히 모색해야 한다.

4) 질적 글쓰기에서는 내용적 진실성과 개방성(‘존재의 자기현시’, M. Heidegger)이 생명이다.

5) 답이 아닌 질문을 잘 정리해야, 즉 ‘질문의 집’ 속에서 써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6) 설명하는 글보다 생생하게 보여주는 글이 좋다.(Not to tell, but to show!!)

7) 글의 머리와 몸통과 꼬리는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생명체로 연결되어야 한다.

8) 발견한 것, 느낀 것, 알게 된 것, 더 모르게 된 것 등을 구분해서 쓰는 게 좋다.

9) 지나치게 단정적이지 않도록 유보경계(hedge)를 명확히 설정(예, ‘모두’보다는 ‘대개’)할     필요가 있다.

10)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11) 단번에 두 걸음을 옮길 수 없듯이 한꺼번에 잘 쓸 수는 없다. 그러므로 쓴 다음 고쳐       써야 한다.

12) 글이 막힐 때에도 글쓰기로 풀어야 한다. 너무 멀리 도망가면 되돌아올 수 없다.

13) 한 번 써 놓고 잠시, 그러나 완전히 쉬어야 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14) 천 명 독자를 만족시키려는 글은 한 명 독자도 만족시키기 어렵지만, 한 명 독자를 이      해시킬 수 있는 글은 천 명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다.

15) 독자에게 이해를 구걸하지 말고, 추가 설명 없이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써야한다.

16) 글은 의미의 집이다. 아무렇게나 지은 집은 금방 허물어진다. 겉으로 멋져 보이지만 속으로      부실한 집도 많다.

17) 예외, 모순, 변종, 취약, 생략, 과장이 없는 글은 없다. 글에는 그것이 없다고 우기는 게      문제다.

18) 좋은 글은 세상의 직역(直譯)이 아닌 의역(意譯)이다.

19) 질적 논문에서 글 쓰는 이는 심판관보다 변호인, 과학자보다 예술가, 교사보다 학생의      입장을 취함이 좋다.

20) 좋은 글은 한 판의 ‘굿(exorcism)'이다. 쓰는 이, 읽는 이 모두에게 맺힌 한을 풀어주고      묵은 체증을 뚫어준다. 스트레스를 더할 바에야 쓸 일도 읽을 일도 없다.


5. 질적 연구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일반적 기준


1) 질문(연구주제)

  (1) 진실성: 현상과 사태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2) 개방성: 발견적인가, 설득적인가(Alan Feshkin, "From title to title")

        설득 ≠ 대화

  (3) 체계성: 질문의 질서와 구조

2) 답변(기술/분석/해석/결론)

  (1) 타당성: 질문(연구문제)에 답하고 있는가? 한 일과 안한/못한 일의 분간

  (2)외 부검토(auditing, triangulation)의 방식과 질

  (3) 소통성

  (4) 기술-분석-해석의 연관성

3) 내부자 세계 이해의 폭과 깊이

  (1) 연구방법상 참여관찰에서 참여의 정도, 심층면담에서 심층성의 정도

  (2) 연구현장 체재 기간과 방식

  (3) 연구자-내부자 관계의 형성(rapport), 유지(dialogue), 마무리(coming back) 양상

4) 현상학적 환원, 해석학적 순환의 충실성

  (1) 세상-개념-이미지-언어 사이의 환원적/해석적 연관에 대한 감수성

  (2) 표현(presentation) 및 재현(representation)의 본질성

5) 상황의 중층성과 상황정의의 다양성

  (1) 대상황-매개상황-소상황 연계 분석의 수준

  (2) 행위주체별, 집단별 상황 정의에 대한 민감성

  (3) 특히 전유(appropriation)와 매개(mediation) 현상에 대한 이해와 반영의 정도

6) 연구자의 자기분석

  (1) Reflexivity: 반응성(상징적 상호작용), 재귀성, 성찰성(변증법적 지양/지향)

  (2) 연구자의 해석학적 순환과 학습: 무엇을 더 알고, 깨닫고 배웠는가?

7) 연구윤리

  (1) 익명성: 사생활 보호, 현장보존

  (2) 착취: 강압적 요구나 부당한 개입 여부

  (3) 내부자 검토(auditing)의 방식과 질

  (4) 참여자에 대한 보상(compensation)의 방식과 질


6. 질적 연구와 관련하여 흔히 제기되는 질문들


1) 질적 연구의 일반성 문제

  (1) 일반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

    가. 양적 연구의 일반성: 통계적 대표성(representativeness)

    나. 질적 연구의 일반성: 의미적 전형성(typicality)

      * 의미: 무엇을 무엇답게 하는 것

  (2) 일반화에 대한 질적 연구의 입장

    가. 질적 연구가 일반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대신에 질적 연구 특유의 장점을          살린다.

        일반화가 연구의 가치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

    나. 양적 연구의 확률적 표집과 달리 질적 연구는 준거적 선택으로 일반성에 접근한다.

        할당 선택, 네트워크 선택, 극단적 사례 선택, 대조적 사례 선택, 이상적 사례 선택 등

    다. 일반화의 의미 자체를 재규정해야 한다.

        일상세계 밖의 통제된 상황에서 연구된 내용은 바로 통제된 상황에서만 일반성을          가진다.

  (3) 질적 사례연구의 일반성 확보 방법

    가. 전형성

    나. 사례성

2) 질적 연구의 주관성 문제

  (1) 관련 개념의 명확한 구분

    가. 개별적(individual)-집합적(collective)

    나. 개인적(personal)-사회적(impersonal, social)

    다. 사적(private)-공적(public)

    라. 주관적(subjective)-객관적(objective)

  (2) 질적 연구의 주관성

    가. 주관은 주체의 눈, 객관은 도구의 눈

    나. 주체는 현존재(Dasein)로서 존재이해의 핵심(M. Heidegger)

    다.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 공통주관성(co-subjectivity)

  (3) 객관주의의 허구성

    가. 모든 객관성은 연구 이전에 이미 설정되고 확보된 객관성이다.

    나. 객관주의는 신뢰를 상실한, 진실한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한 차선의 방책이다.

3) 질적 연구의 타당성 문제

  (1) 문제

    가. 연구자가 접한 것이 과연 ‘있는 그대로’의 현상인가?

    나. 연구자의 현장자료는 과연 조작(은폐, 왜곡, 변형 등)에서 자유로운가?

    다. 연구자의 분석과 해석은 누구의 것인가?

  (2 )해법

    가. 원자료의 제시

    나. 과정, 배경, 맥락의 제시

    다. 내부검토와 외부검토

    라. 현장(사람들)과의 장기적, 지속적, 심층적 관계 유지

4) 질적 연구의 생산성 문제

  (1) 문제

    가. 질적 연구는 비용이 많이 든다.

    나. 질적 연구는 노고에 비해 다작이 불가능하다.

    다. 질적 연구의 성과는 적용 범위가 좁다.

  (2) 해법

    가. 관점 전환: 질적 연구는 단순히 인식론적인 연구가 아니라, 존재와 존재의 진실한           만남과 대화를 통한 생활세계의 개선,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연구이다.

    나. 장기적, 집중적, 심층적 연구의 과정에서 많은 크고 작은 보고서를 생산할 수 있다.

    다. 질적 연구는 하나하나의 개별적 가치보다 연구 공동체 속에서의 공유와 상생을 지향한다.

5)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의 혼합, 병행 문제

  (1)원리의 불상용(不相容), 기법의 상용(相容)

    가. 인식론적, 존재론적 불상용

         양적 연구의 원리: 실증주의 실험주의 객관주의 구조기능주의

         질적 연구의 원리: 현상학, 해석학, 문화상대주의, 구성주의

         * 패러다임의 차이는 방법혁명이나 개종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나. 자료 수집 및 분석 기법의 혼용

         실험, 질문지 조사, 관찰, 면담 등의 연구기법은 혼용 가능

  (2) 두 접근의 결합 방법

    가. 계량화가 가능한(필요한) 현상/자료와 불가능한(불필요한) 현상/자료의 구분

    나. 두 분야 전문가의 공동연구

    다. 개별 연구후 메타-패러다임적 상호보완

  (3) 메타-패러다임적 상호보완: 양자의 고유한 가치 중시

    가. 질적 연구는 양적 연구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

    나. 질적 연구는 양적 연구의 결과를 구체화, 심화할 수 잇다.

    다. 양적 연구는 질적 연구가 제시한 가설을 검증하는 데 유용하다.

    라. 양적 연구는 질적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유리하다.

6) 질적 연구의 문학적인 측면 문제

  (1) 문제

    가. 이게 소설이나 수필이지 연구냐?

    나. 과학적인 증거도 없이 이런 분석과 해석을 할 수 있느냐?

    다. 질적 연구는 객관성과 정밀성이 떨어져서 커뮤니케이션 효과가 약하다.

  (2)해법

    가. 학문과 문학의 경계 해체: 학문이 정년 문학보다 삶, 현상, 의미에 더 진실하고 더          유용한가?

    나. 질적 연구다운 질적 연구는 결코 비과학적, 비학문적이지 않다.

    다. 법칙적, 확률적, 통계적 증거는 아니더라도, 해석과 논의의 타당한 근거로서 S-R           관계의 지표들을 양적 연구보다 오히려 더 풍부하게 제시한다.

    라. 질적 연구는 결과의 계량적 정밀성 보다는 탐구 과정의 엄밀성을 더 중시한다.